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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드 101

구글이 챗GPT기술을 선점하지 못한 이유

by -Joy- 2023. 3. 13.

요즘 미국 비영리연구소 '오픈AI'에서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챗GPT는 사용자가 입력한, 자연어 텍스트로 된 질문 속 맥락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 자연어 텍스트로 된 답변을 만들어냅니다. 챗GPT는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거나 소설을 요약해주기도 하며, 학생들의 시험 공부나 직장인의 면접 준비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특정 지역의 맛집 중 특정 재료는 쓰지 않는 집을 찾아주거나, 특정 나이대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해주는 등 복잡한 요청사항도 처리해줍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구글(또는 네이버, 다음 등의 검색 엔진)에서 검색어를 이리 저리 바꾸어가며 정보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확 줄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검색의 종말'이라는 표현도 쓰고 있습니다. 구글에는 과연 위기가 찾아온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기술이 구글에게는 전혀 없었던 것일까요?

 

 

이미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구글

구글은 사실 오픈AI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인공지능 분야에서 굉장히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과거에는 인공지능 하면 IBM을 먼저 떠올렸던 시기도 있기는 했습니다. 1997년 IBM이 만든 체스 특화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던 때의 일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인공지능 분야를 주도한 것은 구글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우수 인재를 빠르게 영입한 덕분입니다. 2012년 구글은 이미지 인식대회에서 우승한 일리야 수츠케버와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를 스카우트했고, 이들은 2017년 자연어 처리 모델인 '트랜스포머'를 만들어냅니다. 챗GPT에서 T의 약자인 바로 그 '트랜스포머' 입니다. 참고로 수츠케버는 이후 구글을 떠났고, 퇴사 후 창업한 회사가 바로 '오픈AI'입니다. 구글은 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만든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스패로우'도 만들었습니다. 사용자가 기업과 상호작용하고 더욱 빠르게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챗봇 서비스이며, 초기 모델을 공개한 것은 이미 약 2년 반 전인 2020년 9월의 일입니다. 구글은 이렇게 오랜 기간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였으며, GPT 기술을 처음 개발해낸 회사도 바로 구글이었습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구글이 내놓은 '바드', 하지만...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구글,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 '챗GPT'가 인기를 끌면서 '코드레드(Code Red·심각한 위기 상황)'를 발동합니다. 그리고 긴급 대응을 위해 '스패로우'에서 답변 속 정보 출처를 표기하는 기능을 뺀 또 다른 대화형 AI 서비스인 '바드(Bard)' 급히 선보였습니다. 구글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까지 나와 '바드'를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마음만 앞섰던 것일까요, 결과는 대참패였습니다. 바드를 시연하면서 제임스 웨브 우주망원경(JWST)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찍었다”고 오답을 내놓은 것입니다. 태양계 밖 행성을 최초로 촬영한 것은 제임스웹이 아닌, ‘VLT’ 입니다. 이 오답 사태로 인해 구글은 혹평을 받게 되었고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는 당일 7.7% 급락, 다음날에도 4.4% 추가 하락했습니다. 이틀 동안의 시가총액 손실액은 1729억5000만 달러(약 217조7000억 원)였고 이는 역대 단기 손실액 중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후 바드는 '신뢰할 수 있는 테스터들'에게만 서비스를 오픈해두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이 챗GPT기술을 선점하지 못한 이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글은 이미 2020년 9월경 지금의 챗GPT와 유사한 챗봇 서비스인 '스패로우'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화형 챗봇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소식이 없다가, 챗GPT의 발표 후인 지난 1월 구글은 '스패로우'를 올 봄에 출시할 계획이라는 점을 밝혀왔습니다. 스패로우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제공할 때 챗GPT와는 다르게 답변에 대한 정보 출처를 따로 제공하는 기능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다만 이 기능은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뉴 빙(New Bing)'에 이미 포함된 기능이니, 스패로우가 대중에 공개되는 시점에는 이미 새로운 기능이 아닌 게 되겠습니다. 구글은 이렇게 스패로우가 있었음에도 왜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몇 년의 시간을 놓쳐버린 걸까요? 이유는 '잃을 게 많아서'였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챗GPT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오픈AI사가 입력하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학습한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변하는 챗GPT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정확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때로는 정확도가 떨어질 뿐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창작해내어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과 같이 전혀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럼 다시 구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구글이 1년에 처리하는 검색어 수는 2조 개가 넘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의존하는 구글은 최대한 안전하고, 사실에 기반을 둔 검색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일종의 '임무'가 있고 사람들이 구글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에 있습니다. 그러한 구글이 내놓은 챗봇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구글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구글이 건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 답변을 받는 사용자에게도, 그런 답변을 제공한 구글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은 이미 챗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쉽사리 이를 대중에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챗GPT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반적으로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방식과는 달리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관련된 홈페이지 링크를 나열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인공지능 챗봇은 인터넷 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사용자의 질문 속 맥락을 이해하고 다시 한 번 인터넷 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마치 인간처럼 대답해 줍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의 뇌가 추론하는 과정과 유사하여 실제로 '추론(inference)'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복잡한 연산 작업을 필요로 하고, 이 과정은 고성능의 직접회로를 통해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오픈AI가 챗GPT 출시 2개월 만에 유료 서비스인 '챗GPT 플러스'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챗봇이 답변 하나를 내놓는 데에는 약 2센트(약 25원)가 들어가는데 이는 일반 구글 검색을 할 때 대비 7배의 금액입니다. 이미 효율적으로 큰 돈을 벌어다주는 검색 서비스가 있는 입장에서, 구글은 굳이 유지보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것이 빤히 보이는 챗봇 서비스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반 유저가 똑같은 정보를 검색하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익성은 동일한데 투자 비용만 높아지는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글이 기술 개발을 주저한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있었습니다. 구글의 수익 구조를 보면 검색 및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검색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구글은 그 키워드와 연관성있어 보이는 웹페이지를 나열해주는데 이때 광고주들의 검색광고를 함께 나열해줍니다. 이 검색광고가 구글의 주 수입원 중 하나입니다. 반면 챗GPT에서는 사용자가 궁금한 것을 질문 형태로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제공합니다. 검색광고의 수익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클릭하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때 발생하는데, 챗GPT와 같은 챗봇 서비스가 검색 기능을 대체하면 사람들은 구글에서 검색을 할 필요가 사라지게 되고 검색광고가 들어갈 자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구글은 시가총액 1조 2,000억 달러(약 1,580조 원)을 만들어준 검색광고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대화형 정보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고, 아마 광고 수익에 의존해왔던 수많은 매체들이 앞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마무리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챗GPT가 일단은 구글의 주력 사업인 검색 서비스를 위협하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수십년 간 시장을 선도해온 구글은 정말 이렇게 후발주자의 기술에, 심지어 모태가 구글에 있었던 그 GPT 기술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기고 혁신의 딜레마를 겪다 차차 무너질지 아니면 또 다른 혁신을 이루어내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지 궁금해집니다. 올 봄에 출시한다는 스패로우는 과연 세상에는 없었던 형태가 될지 아니면 단순히 '뉴 빙(New Bing)'의 구글 버전이 될지, 이 상황에서 앞으로 구글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대응책을 찾아갈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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