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불러올 각종 변화, 웹 및 블로그 생태계 변화, 컨텐츠 평준화, AI 작가, 데이터 중립성

2022년은 인공 지능의 대중화가 시작된 해였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연말에 챗GPT가 공개되면서,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만 했던 AI 기술이 불현듯 우리 삶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어 갑자기 현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챗GPT가 불러올 각종 변화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들어가며

챗GPT 공부에 빠져들다 이게 너무 재미있어지면서 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챗GPTing(제 마음대로 뒤에 ing를 붙인 단어입니다)의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과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맞을까 고민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점차 '정보 검색'을 하지 않을 것 같고 블로그는 과거의 유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이 인공지능의 시작 단계라는 느낌입니다. 집에서 매일 '지니야'를 부르고 휴대폰을 켜면 '시리야'를 부르고는 있지만 그들이 제 삶 속 문제들을 실제로 해결해주고 있다는 느낌까지는 받은 적이 없었고, 챗GPT에서 처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아서입니다. 그리고 이 AI 챗봇이 나오기 전엔 저도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을 통해 정보를 '검색'해오던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저 자신조차도 검색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정보 검색'이라는 단어도 옛말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이에 챗GPT가 생겨난 이 세상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특히 온라인 상에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들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일단 생각나는 것들만 몇 가지 적어보았습니다.

 

웹/블로그 컨텐츠 및 광고 생태계의 변화

먼저,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더 이상 네이버, 다음, 구글과 같이 '서치엔진' 기능을 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을 하지 않게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하지 않으면 함께 영향을 받는 것은 구글 애드워즈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 그리고 구글 애드센스 측에 광고 지면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각종 웹사이트와 블로그 운영자들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챗GPT를 통해 너무나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키워드를 입력해 정보성있는 사이트를 일일히 찾아내는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정보검색 유저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얻어온 각종 웹사이트와 블로그는 더 이상 영향력있는 지면이 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굳이 웹사이트와 블로그에 방문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구글 애드워즈가 더 이상 영향력있는 광고 지면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 광고주들 역시 떠날 겁니다. 그 상황쯤 되면 챗GPT도 슬슬 '광고지면'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광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간, 대박 나겠죠.

 

광고 노출 방식의 변화

현재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 브라우징 패턴, 지리적 위치 등을 토대로 각 사용자의 상황을 '큰 틀'에서 유추하고 그 상황과 가장 유사한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용자가 최근들어 휴대폰 모델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그 사용자를 '전자기기와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유추하고 각종 휴대폰 광고, 전자회사 광고, IT 기술사 광고 등을 번갈아가며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이 인간의 말 속 맥락을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해하는 시스템이 광고운영 시스템에 도입되면 사용자 개개인이 온라인 상에서 입력하는 모든 텍스트 컨텐츠,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받는 모든 자료, 듣거나 보며 즐기는 모든 정보를 토대로 각 사용자의 선호도와 의중을 더욱 완벽에 가깝게 파악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개인에게 노출되는 광고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개인화된 형태가 되겠네요.

물론 '쿠키리스 시대' 및 개인정보 동의/비동의에 대한 각종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광고운영 시스템에 어떤 형태로 도입될지, 얼만큼의 개인 정보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될지, 이러한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각종 정책과 규제를 '우회해서' 개인정보를 가져가 광고에 쓸지 등은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평준화된 컨텐츠의 범람

기존에 '글쓰기'라는 것은 글쓰기를 잘 하거나 혹은 즐기는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챗GPT가 글 조차 알아서 써주니 더 이상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앞에 앉아 몇 시간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하는 이유조차 사라진 세상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단 몇 초만에 찾을 수있을 뿐아니라 웹사이트 컨텐츠나 블로그 글조차 몇 초만에 뚝딱 완성되는 세상에서 당분간은 챗GPT가 생성해 내는, '평준화 된' 컨텐츠들이 범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에서 예시를 든것과 같이 사람들이 점차 구글링을 덜 한다면 수익을 위해 이런 인공지능이 생성한 '평준화 된' 컨텐츠를 무분별하게 복붙하는 자동화 웹사이트들은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테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사용자들도 차츰 그런 웹사이트에 대해 점점 잘 인지하게 될테니 어쩌면 웹 컨텐츠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기계가 제공하는 정보만 신뢰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더더욱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일이 없어질거고,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더 악화되겠네요.

그럼 실제 사람이 정성스럽게 작성한 글을 올리고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은 어떨까요? 살아남는 웹사이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현재까지는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웹사이트가 주요 방문지였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전문성/정보성 사이트가 아닌, 챗GPT는 겪지 못하는 소소한 일상생활이나 개개인의 감성/감정에 충실한 웹사이트만 살아남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아, 전문 웹사이트 중에서도 주식 정보나 부동산 경매와 같이 챗GPT가 (아직까지는) 쉽게 정리해주지 않는 정보에 대한 웹사이트는 함께 살아남겠네요.

 

'AI 작가'들의 탄생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전문 작가만큼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글을 창작해내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아무래도 편리성과 비용 절감성을 따지게 될테고, 인력을 고용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대신 'AI 작가'와 같은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존에는 카피라이터 등 전문 인력을 통해 작성해온 브랜드 블로그 게시물이나 제품 설명서, SNS 업데이트, 이메일 뉴스레터 등을 그때부터는 챗GPT와 같은 인공 지능을 통해 생성하게 되겠지요.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사들은 당사의 서비스가 블로그 게시물에 특화되어 있다, 당사의 서비스는 SNS 컨텐츠 위주로 학습했다라는 식의 수식어를 붙여 각 서비스를 세상에 알리려 할테고, 유명세를 얻은 서비스는 'AI 작가'로 불리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 예시를 든 컨텐츠의 평준화가 먼저일지, AI 작가의 탄생이 먼저일지는 모르겠네요. 후자가 먼저라면, 수익형 웹사이트와 블로그는 지금보다 오히려 '상향 평준화' 될 수도 있겠습니다.

 

데이터 중립성과 공정성의 중요성 변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합니다. 여기에는 굉장히 큰 위험성이 있습니다. 같은 정보더라도, 인공지능에게 입력하는 데이터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학습 방향이 달라지고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방향성도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OpenAI가 인터넷 세계에서 유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편향된 정보든 중립의 정보든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에게 방대하게 입력하여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정보의 다양성을 인지할 수 있게만 한다면 이런 기술을 이용하는 것엔 큰 문제가 없겠지요. 그 외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집단에서 자체적인 AI 서비스를 만들어내게 되더라도 (혹은 굳이 대화형 서비스가 아니고 페이크 인플루언서처럼 형태를 다양화하더라도) 지금의 웹 생태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사용자가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등 의도를 가진 컨텐츠와 그렇지 않은 컨텐츠를 잘 구분해낼 수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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